Stop!

정민욱의 이글루는 잠깐 휴식. 언제까지냐면 내 맘대로. 가끔씩 일기만 적으러 올 생각입니다.

7.04 우울하다. 정말 우울하다. 평소의 나라면 혼잣말로 욕 한 마디 내뱉고 우울함이고 뭐고 그냥 무시해버렸을텐데 왜 이럴까.
7.05 아직도 부족하다. 조금 더 솔직해져야겠다. 힘내자. 어딜 가든 부끄럽지는 않게. 내일은 7시간짜리 학원 특강. 열심히 들어야지
7.06 간만에 아침부터 일어나서 특강 들으려 학원 갔다가, 대기자가 그 좁은 학원을 가득 채울 지경이라 그냥 집에 왔다. 짜증.
7.07 월요일이 사라졌다
7.09 의욕 없음.

by 투르카 | 2008/07/05 20:14 | 트랙백 | 덧글(3)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아주 크고 두꺼운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차라리 백과사전을 정독하는 게 나을 정도로 지루한 책, 그리고 도라에몽 만화책보다 읽기 수월한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는 후자에 속한다.

이 책에 아주 조금의 호기심을 가지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집에서 도보로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영풍문고라는 큰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걸으면서 숨쉬기 운동도 할 겸, 책도 구경할 겸 해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그곳에 갔다. 나는 외국문학이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진 공간의 가장 구석에서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워서 책 읽기를 즐겨 했다. 누구나 한 번씩 째려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갔지만, 직원이 방해된다면서 비키라고 할 때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그곳에 누우러 간 날만 합해서 한 달 가량이 됬을 무렵, 나는 그때로서는 사소한 발견을 하나 했다. 그렇게 거대하고 눈에 띄는 책이 왜 그때서야 내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은히안'는 내가 눕는 곳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읽기 편한 책만 찾던 때라서ㅡ내용 읽기에 수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누워서 보기 편한 적당히 얇은 책을 말한다ㅡ 그냥 힐끔 보고 말았다.

또 한 달쯤 지났을 어느 가을날, 그날은 내가 소속된 도서부의 후배 한 명을 데리고 갔다. 나는 그래도 선배라는 체면 때문에 후배 앞에서 눕지는 않았고, 그냥 횡으로 발을 뻗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 후배 녀석은 즉각 와. 은히안이다. 라면서 내 흥미를 돋구었다. "선배 이거 읽어봤어요? 재밌는 책인데." 나는 그 후배가 일류 스나이퍼 뺨치는 통찰력을 지녔다는 사실 하나를 인정했다. 세상에, 내가 서점 독서 활동 한 달 만에 발견한 책을 온지 1분도 안 되서 찾아내다니. 나는 '은히안'에 대한 관점을 수정했다. 아, 후배의 말에 따르면 읽기 불편하지만 재밌는 책이구나.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 그래. 알았으니까 닥쳐." 나는 독서 중이었기에 즉각 대화를 끊었다. 너무 두꺼워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나는 월급을 받아서 지갑에 돈이 아주 두둑한 상태였고, 문화활동을 위해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원체 금전 관념이 없어서 있으면 막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쓰는 성격이라 돈을 아끼지 않고 그냥 재밌어 보이는 책은 닥치는 대로 장바구니에 추가했다. 약 20만원 정도의 액수가 나왔고 더 살 책이 없어지는 바람에, 더 필요한 게 있는지 물 한 모금 마시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후배가 재밌다고 한 마디한 은히안이 생각났다. 즉각 검색해서 샀다. 단지 그냥 생각이 났을 뿐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간에 몇 일 뒤, 내 방 책장엔 수많은 책들과 함께 '은히안'이 자리잡게 되었다. 나는 그 다른 책들을 거의 다 읽었을 때에야 은히안을 펼쳤다.

역시 누워서 책을 본다는 건 숨가쁜 일이었다. 천 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을 누워서 보는건 인체공학상 엄청난 무리가 따랐다. 한 페이지를 넘기고 팔이 아파서 책을 던져놓았다. 그런데 그 한 페이지가 내 발목을 잡았다. 1을 2를 만들고, 2는 3을 만든다. 한 페이지만 보았을 뿐인데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필요에 따라 책을 엎드려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엎드려서 다시 읽었다.

귀신에게 홀린 듯 미친 듯이 읽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깐 책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은히안'이 괜히 SF 소설이 아니라는 증거를 도출해냈다. 어떻게 책 한 권이, 극히 일부를 읽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시간을 수백 배로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책을 펼쳤을 때는 어두운 밤이었고, 잠깐 책을 읽다가 창밖을 보았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걸려 있었다. 세상에. 나 말고 주위의 시간을 빠르게 조종할 수 있는 책이라니. 작가 더글라스 애덤스는 마법사가 분명하다.

은히안은 그런 책이다. 곳곳에 수많은 풍자가 독자를 지치지도 못하게 만들고, 수많은 글자들로 가득한데도 가독성이 올리브유보다 뛰어나 미끄럽게 흘러나간다. 어쩌면 마약 같기도 하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다음 페이지로 눈이 돌아가는 무조건 반사 현상을 일으킨다. 그냥 저급 식용유처럼 흐르기만 할 뿐인 양산형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한다. 읽음과 동시에 잡생각이 사라지고 무조건 책에만 집중하게 된다.

더불어 책 표지에 붙어있는 작가 더글라스 애덤스의 소개에는 작가가 어느 날 헬스를 하다가 돌연히 심장마비로 인해 죽었다는 내용이 짧게 적혀 있는데, 이로 나오는 해답 하나는, 헬스는 천하에 쓸데 없는 나쁜 운동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세상에, 헬스 따위가 감히 더글라스 애덤스님을 죽이다니. 헬스에 대한 무한한 저주를. 덕분에 더글라스님이 다른 책을 더 쓸 수 없게 만들었잖아!

by 투르카 | 2008/07/04 05:30 | 트랙백 | 덧글(15)

우울.

요새 들어 항상 우울하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냐면, 하도 우울해서 이글루스에 우울하다는 글을 쓰려고 포스팅 버튼을 눌렀는데 '우울'이라는 제목을 적으니 더 우울해져서 그냥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
난독증에 걸린 것 같고, 수전증에 걸린 것도 같다.

컴퓨터는 정말 좋은 물건인 것 같다.
실제로는 우울해서 시종일관 무표정인데도, ㅋㅋㅋ만 쓰면 안 우울해보이니까.
때로는 아무 홈페이지나 가서 욕을 지껄여대고, 사람들을 약 올려서 민폐를 끼치고 싶기도 하다.
그럼 또 다시 자괴감에 빠져들 것 같아서 관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라는 심정.

뭔가 생산적을 일을 하고 싶은데, 의욕이 나질 않는다.
판갤질도 재미가 없다. 차라리 찌질해도 좋으니 예전처럼 계속 낄낄대면서 애들이랑 떠들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술자리를 가도 재미가 덜하다.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든다. 입에 함박웃음 가면을 쓰고 떠든다. 그러다가 밤도 샌다.
아주 재미있게 논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다. 누군가가 내게 촐싹댄다고 그런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줬으면 한다. 그 모습들은 다 가식이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촐싹이 이미지도 있고, 결정적으로 분위기를 깰 것 같아서 그렇다. 누가 내게 신경쓰는 게 싫다. 차라리 입을 막고 말지.


멍-하다. 아주 많이.
그냥 짜증난다. 아주 많이.
뒷통수가 시큼거린다.

by 투르카 | 2008/07/02 01:20 | 이야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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